[정인]
강릉 방송국 라디오 스튜디오 부스 / 낮
(정인이 방송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간판에 분홍색 돼지가, 여자 돼지요.
여자 돼지가 머리에 빨강색 리본을 하고, 노랑색 레이스 원피스를 입고
불판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거예요.
불판 위에서 춤추고 있는 돼지가, 다 익은 삼겹살 그릇을 들고 있는 겁니다.
저는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저도 고기 아주 좋아하는데요.
그래도 돼지에 대한 예의라는 게 있는 거 아닐까요?
설마 걔가 지 친구들 요리된 걸 들고 맛있어요, 오세요!
요렇게 춤추면서 꼬시겠습니까, 불판 위에서?
사람들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이런 간판.
그게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죠? 이런 인간 위주의 생각, 전 소름이 돋아요.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길들여져서 그런 거예요.
곰돌이 모양 젤리 먹으며서, 머리부터 뜯어 먹을까, 다리부터 뜯어 먹을까, 그러고 놀잖아요.
한 손엔 곰 인형 안고. 이건, 정상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