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운동장 벤치, 민주와 나란히 앉아있다) 우리 부모님 3년전에 이혼하셨어.
엄만 그림 공부 다시 한다구 프랑스로 떠나셨구.
난 엄마가 날 버렸다고 생각하구 철저하게 미워했어.
근데 어제 니네 엄마가 널 때리는 걸 보는데 갑자기 우리 엄마도 그럴거란 생각이 들더라.
아빠랑 헤어지구 나서두 늘 날 데리구 가구 싶어했었거든.
아빤 작년에 돌아가셨어. 암이셨거든. (씩 웃으며) 그렇게 불쌍한 눈으로 보지마.
나 이제는 하나두 슬프지 않으니까.
니네 아빠가 그러셨잖아. 사랑하는 사람들끼린 절대 영원히 헤어질 수는 없는 거라구.
어제 선생님이 불러서 갔더니 엄마가 내 의사와 상관없이학교를 그만 둔다구 해 놓으셨더라구.
엄마가 미웠었어, 죽어도 프랑스 안 간다구결심했었거든.
그래서 엄마한테 던진다구 생각하구 팔이 빠지게돌을 던진 거야. 가만있음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
근데 알았어, 그건 엄마에 대한 내 그리움이었다는 걸. 난 엄마를 사랑하구 있었더라구.
미워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사랑이었더라구. (씩 웃고) 너 나 기다려 줄래? 나 너 좋아하는데...
창가에 서서 고래고래 소리 지를 때부터..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열렬히 관심 가져주는 거 처음이었거든.
한 10년... 기다려 줄 거지? 10은 행운의 숫자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