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덕분에… 연락 받고 집에 갔을 땐 이미… 사람이 그렇게 가더라구. (사이) 장지에 가는데 비가 조금씩 뿌리더군. 포크레인은 땅을 파고… 큰 어머니하고 누나는 흐느끼고… 하관을 하고… (사이) 흙을 뿌리는 손, 삽 질하는 손, 함께 묻어달라고 울부짖으며 허공을 휘젓는 큰어머니의 손, 큰 어머니를 붙드는 손, 무슨 일이 벌어진지도 모른 채 멍한 표정으로 머리카 락만 쓸어 올리고 있는 어머니의 손, 앞으로 마주 잡고 있는 손, 눈물을 훔쳐내는 손… (사이) 사람을 땅 밑에 묻어버리고 돌아온다는 것이 그렇게 힘들 줄 몰랐어. 자꾸 날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사 이) 장례식이 끝나고 조의금이 좀 남길래 그 돈으로 계속 돌아다니는 거 야. 그런데 어딜 가도 아버지의 목소리가 떠나질 않는 거야.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아버지 생각이 더 또렷해지거든. 멀리 멀리 도망쳤다고 생각했는 데 사실은 그 자리로 되돌아 온 느낌 알아? (낄낄거리면서 웃는다) 돌아가 시기 전에 유행가라도 한가락 뽑아 올리는 거였는데… 아버지하고 사이가 안 좋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