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두지만 그쪽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보는 사회지도층 김주원의 편지를 받는 유일한 소외된 이웃이야. 그러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아.
바람이 나뭇가지를 못살게 흔드는 오후다.
그쪽이 이 편지를 볼때도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이런 오후였으면 좋겠어.
그래서 내가 봤던 걸 그쪽도 봤으면 좋겠어.
내가 서있던 창가에 니가 서있고..
내가 누웠던 침대에 니가 눕고..
내가 보던 책들을 니가 본다면..
그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다면..
그 정도면 우리 함께 있는 거라고 치자.
그 정도면 우리 다른 연인들처럼 행복한 거라고 치자.
지금에야 난 우리가 걸린 이 마법이 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그러니까 뜻밖의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행복하게 웃어줘.
마음으로 웃으면 그 웃음소리 내가 들을게.
난 그쪽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능력있는 사람이니까.
내 얼굴 이쁘게 면도해주고 나 좋아하는 멋진 옷들도 입혀줘.
그 정도면 우리 함께 있는 거라고 치자.
그 정도면 우리 다른 연인들처럼 행복한거라고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