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여자독백대사 건축학개론 - 서연 오래된 집 / 밤 (1층 처마 밑 테라스 드럼통 안에 불을 지피고 곁불 마냥 쬐고 있는 둘) 이제 남은 게 뭐야? (잠시. 말 없는 둘) 이제 완전 끝이네. 정말 집을 다... 지었어. (쑥스럽게 웃는 둘) 넌? 결혼 준비는 잘 되가? 너두 잘 살어. 재밌게 살어. (또 웃는 둘. 그리고 잠시 말이 없다.) 너네 동네. 우리 놀던 빈 집 있었잖아. 그건 어떻게 됐어? ... 하긴. 그때 재밌었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동네 친구였잖아? (웃는) 서울 올라와서 친구 한 명 없을 때... 너한테 정말 고마웠었는데. (서연이 빙긋 웃으며 승민을 바라본다.) 말해봐. 그때 나한테 왜 이렇게 잘 해줬었어? (승민, 담배를 한대 물고... 픽- 웃는.. 같이 픽- 웃는 서연) 내가 바보야? 그걸 몰랐을까? 너... 나한테 키스 했잖아. 자고 있을 때... 나 그거 첫 키스였는데... 응큼한 놈. (조용한 밤. 찌르르... 풀벌레가 울어댄다. 잠시 말이 없는 둘. 서연이 쑥스럽게 웃으며... 천천히...) 승민아. 기억나? 그날... 건축학개론 마지막 날... 그날... 너 수업 안오고... (승민,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다가... 잠시. 말 없는 둘) ... 그래. (승민이 일어나 신발을 고쳐 신는다. 서연, 피식 웃으며 따라 일어서는 순간. 승민이 멈칫 보면... 문가에 풀어놓은 박스 중 하나. 그 안에 오래된 주택 모델이 보인다. 과거. 승민이 서연의 낙서로 만든 2층집 모델. 승민이 굳은 표정으로 모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서연을 향해 고갤 돌린다.) (어색한 적막이 흐른다. 타탁탁. 드럼통에서 각목 타들어 가는 소리만) (웃는) 그러게. 왜 그랬을까? 기억이 잘 안나. (웃는) (서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승민을 바라본다.) ...... 내 첫사랑이었으니까. (쑥스럽게 웃는 서연의 눈가가 촉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