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자의 봄 - 달자
버스 정류장 / 저녁
(나란히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달자와 태봉)
어? 어어 좀. 왜?
사실 요즘 좀 힘들었었어. 내 스스로가 왠지 하찮게 느껴져서...
근데 오늘 가습기를 갖다드린 저 모자분이, 계속 고맙다. 고맙다.
그 말을 백번두 넘게 계속 해주는데...
뭐랄까... 내가 갑자기 소중해진 느낌이 들더라?
내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했었는지 갑자기 기억나는거야.
맞어, 나는 이런 보람을 느끼려고 이 일이 하고 싶었던거지? 하구...
언제부턴가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던거 같어.
어떻게든 회사에서 안짤려볼라구, 어떻게든 강팀장한테 안져볼라구, 오기로 일을 하고 있었던거야.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린채..
그러니까 내 스스로가 나를 하찮게 만들고 있었던건 거지, 바보같이.
(짐짓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제야 기억났어.
내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가 있고, 소중한 일을 할수 있는 사람인지...
(큰 숨과 함께) 그래서 지금 기분이 아주 째져. (빙긋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