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강의실 (D)
민준 정리하고 나가려는데. 맨 뒷자리에 마지막까지 앉아 있던 송이가 머리에
손가락 넣어서 빗처럼 한번 쓸어내리고 일어난다. 작정하고 잘 보이려는 표정.
송이 (발랄) 교수님?!
아니이. 너무 어려보이셔가지구 상상도 못했는데. 진짜 깜-짝 놀랐잖아요. 반가워
가지구.
암요. 반갑죠. 아~ 혹시 어젯밤 일 때문에? 당황하셨죠. 저도 당황했어요. 가끔
조울증이 오는데. 어제가 울증 차례였나봐요. 뭐 감기 같은 거죠 현대인들에겐...
(약간 민망해지지만 특유의 미소로).....아까 내주신 레포트 말이에요.
그게.. 양이 상당한 것 같더라구요?
음.. 아시아가 하나가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그게 한류 때문이라고
보거든요. 문화가 우릴 하나 되게 한 거죠.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제가....
(표정 보니 씨알도 안먹히겠고) 네! 뭐 톡 까놓고 말씀드릴께요. 제가 촬영이뭐다
숨쉴 시간도 없이 바쁜데, 어제 기사가 하나 터졌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나와야 되는 상황이 됐거든요. 그런데 레포트까진 어려워요 솔직히.
민준, 건조한 눈빛 있다가 나가려고 하는데
송이 (얼른 가로막으며 약간 다급) 그래서 말인데요. 좀...도와주세요.
민준, 눈빛 날카로워지는
송이 (눈치 못채고) 부탁 좀 드릴께요. 뭐 썩 기분좋은 첫만남은 아니었지만요. 그래도
이런 인연이 어딨어요? 이사를 왔더니? 옆집에 살고. 학교에 왔더니? 교수님이시고.
사람 인연 앞으로 또 모르잖아요? 이번 한번만 도와주시면, 저도 언젠간 갚 을 날이
반드시 있을거고.. 다 그런 게 사람 사는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