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했나본데, 나한테 12년 전 그 남자는 이제 더이상 중요하지 않아.
막연히 궁금은 했지. 아빠가 떠나던 날 밤, 내 목숨을 구해준 고마운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더 이상... 아빠 때문에 울면서 거리를 헤매던 어린 소녀가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걸로 날 놀래캐려고 하거나, 내 주면 누군가를 끌어들여 이상하게 만들 생각, 하지마.
그 남자를 알아볼 일이 생긴다면 내가 할거야. 못 알아보고 지나치더라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내 앞에서 다신 그 남자 얘기 꺼내지 마.
사람 심리가 그렇다더라. 나보다 좋아 보이는 곳에 있는 인간을 보면, 나도 거기 가야겠다가 아니라,너도 내가 있는 구렁텅이로 내려와라... 내려와라... 그런대.
미안한데, 나는 거기 안 내려가. 니가 사는 그 구렁텅이. 누군가를 질투하고 미워하면서 지옥에 빠져 사는 짓... 난 안해.
나한테 내려와라... 내려와라... 손짓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