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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SG연기아카데미

등록일201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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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씨네21 ('퀵' '활') 오세영 감독님 인터뷰

땀냄새 진동하게


뛰고 또 뛰고

씨네21 2011-08-09 08:30:03



- <최종병기 활> <퀵>의 무술감독 오세영 -


올여름 한국 블록버스터의 가장 강력한 액션은 오세영 무술감독이 책임진다. 오세영 무술감독은 <퀵>에서 명동 한복판을 질주하는 짜릿한 오토바이 액션을 창조했다. 시대극인 <최종병기 활>에서는 12m 절벽에서 점프하는 무사들의 생생한 모습을 만들었다. 두 작품 모두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어마어마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했다. “한국 블록버스터 액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고 스스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작업을 해낸 것이다. 과연 얼마나 어마어마했을까. <최종병기 활>을 중심으로 그 액션의 탄생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무술팀 일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14살 때 본 성룡 영화 <취권>을 보고 쿵후를 배우기 시작했다. 쿵후를 배우면 성룡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에서 나오는 다이내믹한 액션은 아무도 안 가르쳐주더라. 그만둘까 하다가 그 당시에 굉장히 유명했던 오뚜기시범단을 만났다. 시범단 막내로 활동하다가 17살 때부터 무술팀으로 출연하기 시작했다. 최재성, 손창민, 채시라, 하희라 등이 출연한 드라마 <고교생 일기>에서 배우들이 대사하는 동안 뒤에서 재주넘기하고 그랬다. (웃음) 영화는 19살 때 김희애씨 대역으로 처음 출연했던 것 같다. 그 작품이 김희애씨의 첫 데뷔작이었다(김희애의 영화 데뷔작은 <내 사랑 짱구>다-편집자). 카메라 위치도 모르고 그냥 선배 형들이 하라는 대로만 하고 그럴 때였다. 그러다가 군대 갔다 와서 그만두려고 했었다.

-그만두려고 한 이유는 뭔가.

=이 몸과 비주얼로 액션배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배역은 여자 대역만 들어왔다. 몸이 너무 작고 말라서 캐스팅 자체가 안됐다. 무술팀이 주로 하는 깡패 역할도 못했다. 그러다보니 덩치 좋은 사람들이 못하는 어려운 걸 자청하게 됐다. “한 바퀴 돌아서 떨어질 수 있어요.” 그러면 무술감독 형님들이 겨우 캐스팅을 해줬다. 그래서 그만두려고 했다. 제대하고 일주일 됐는데 선배 형한테 전화가 왔다. “야, 이거 대역 좀 해라.” “네.” 그러고 간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대개 스턴트맨은 많이 다친다. 위험했던 적은 없었나.

=고비가 있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촬영할 때였다. 김종학 감독님이 교회당이 터지면서 지붕에서 사람이 떨어지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다. 사람이 떨어지는 건 원래 없던 장면이다. 그때 나랑 <세븐 데이즈>를 만든 원신연 감독이 막내였다. 막내 둘이 올라가서 뛰어내리는데 화약 터지는 거랑 사인이 안 맞아서 몸에 불이 붙었다. 떨어지면서 완전히 화염에 휩싸였다. 수술하고 석달 병실에 누워 있고 6개월 정도 붕대를 감고 다녔다. 화상 때문에 걷지를 못했다. 그때 ‘이건 정말 사람이 할 일이 못 되는구나’ 생각하고 진짜로 그만두려고 했는데 붕대 풀자마자 선배 형들이 연락을 해왔다. 6개월 동안 놀았다고. 저놈 일 줘야 한다고. (웃음) 우여곡절이 많다.

-경력이 20년도 훌쩍 넘는다. 무술감독 입봉은 언제였나.

=박찬욱 감독의 <3인조>(1997)를 비롯해 여러 영화에서 무술감독 역할을 했지만 정식으로 무술감독이라고 말하고 싶은 입봉작은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다. 스탭들이 나를 무술감독으로 추천했다. 그전에는 무술감독보다는 현역에서 직접 스턴트하는 걸 좋아하고 즐겼다. 그래서 입봉이 늦어졌다.

-<퀵>과 <최종병기 활>(이하 <활>)에서 무술감독을 맡았다. <퀵>은 무술팀이 많이 다친 것 같았다. <활>은 배우들이 산속을 엄청 뛰더라.

=<퀵>, <활> 대박이다! 정~말 힘들었다. (웃음)

-<활>의 메이킹 영상을 보니 절벽을 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 장면은 편집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찍을 때만큼은 정말 압권이었다. 원래는 절벽을 세트로 만들려고 했다. 그래야 안 다치니까. 그런데 그 높이의 스튜디오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차산에 있는 실제 절벽에서 7~8일 정도 촬영했다.

-실제 촬영은 어떻게 진행했나.

=절벽 높이가 12~14m 정도 됐다. 어떻게 고르다 보니 사람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그 높이가 된 거다. (웃음) 절벽 반대편에 절벽 높이만큼 컨테이너 박스를 세웠다. 절벽과 컨테이너 박스 사이에는 와이어 크레인 두대를 세웠다. 여기에 조명 크레인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현장 규모가 어마어마해졌다. 배우 4명이 동시에 컨테이너 박스에서 뛰어서 절벽에 부딪히는 장면이 가장 큰 셋업이었다. 절벽과 컨테이너 박스 사이에 에어백 깔고, 박스 깔았다. 이건 전시 효과다. 혹시 배우들이 겁을 먹을까봐. 그러고서 무술팀에서 먼저 테스트를 했다. 이 테스트는 배우들도 보는 거고 아래에서 와이어를 잡고 당기는 무술팀도 감을 잡아야 하고 카메라도 세팅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배우들은 살살 부딪혔고 대역은 세게 부딪쳤다. 와이어의 탄력으로 절벽에 부딪히는데 대역을 한 최태환 무술감독이 고생을 많이 했다. 너무 세게 부딪혀서 며칠 동안 숨을 잘 못 쉴 정도였다. 크게 숨을 쉬면 아프니까.

-<활> 시나리오 단계에서 액션을 만들 때 어떤 컨셉을 기본으로 했나.

=김한민 감독님은 ‘리얼’을 원했다. 나는 그래도 영화니까 관객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에서 ‘오버’를 해서 좋은 비주얼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했다. 감독님이 며칠 생각하시다가 다시 만났을 때 답을 주셨다. 리얼로 가는 게 맞겠다며 “땀냄새 나는 걸로 갑시다” 이렇게 말씀했는데 딱 그 말 그대로 갔다. 땀냄새가 안 날 수 없을 거다. 배우들이 현장에 오면 신발을 신기 전에 발목, 무릎에 보호대부터 찬다. 한번 뛰면 해질 때까지 뛰었다. 어마어마하게 달렸다.

-김한민 감독이 무술팀에 특별히 주문하는 건 없었나.

=보통 무술팀은 시나리오를 보고 액션이 70 정도 되면 사실 100을 준비한다. 일부러 오버를 한다. 그래야 여과시켜서 배우들한테 넘어가든지 우리가 하든지 한다. 그런데 김한민 감독님과 얘기해보면 150을 얘기하는 거다. 그러면 특수효과, CG, 카메라가 다 바뀐다. 스탭들이 패닉에 빠지면서 거기에 맞게 세팅을 다시 한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그림이 더 탄탄해졌다. 바늘로 찔러도 안 들어갈 정도로 컷들이 탄탄하다. <활>을 보면 아마 빼곡하고 빽빽한 느낌이 날 거다.

-<왕의 남자> 때 <씨네21> 511호 ‘감우성 광대 만들기’ 기사를 보니 촬영 전에 엄청 혹독하게 훈련한 것 같더라. <활>에서는 어땠나.

=<활>도 <왕의 남자> 못지않았다. 박해일씨는 모든 동작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해야 할까. 어떤 동작을 설명하면 자기 감수성에 맞춰서 생각하고 받아들였다가 내보이는 스타일이다. 현장에서도 조용조용하게 알게 모르게 연습을 했다. 혼자 말을 타고 왔다갔다하고 또 활을 들고 왔다갔다하고 있고. (웃음) 그렇게 액션을 체득하다보니 진짜 자기 활이 됐다. 모양만 갖춘 게 아니라 극중 캐릭터인 남이가 활을 쏘게 된 거다. 류승룡씨와는 작품을 많이 했다. 돌아서면 만나고 돌아서면 만났다. (웃음) 류승룡씨는 몸으로 하는 걸 기본적으로 잘한다. “한번 해보세요.” “아, 그렇게?” 하고는 바로 따라한다.

-<활>과 <퀵>에서 새롭게 시도한 액션이 있나.

=두 작품은 모두 그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 <퀵>은 처음에 못하겠다고 할 정도였고 <활>은 아까 말한 것처럼 무술팀이 100을 얘기하는데 감독님이 150을 얘기하니까 이게 시도였다. 두 작품을 통해 많은 걸 얻었다. 이 두 영화에 나온 액션장면만 놓고 본다면 앞으로 나올 사극액션이나 다른 블록버스터의 모델이 될 거다. 나도 <무사>나 <천군> 같은 영화를 보고 그것을 뛰어넘는 액션을 만들려고 했다. 지금은 이 두 작품을 답습하지 않고 뛰어넘을 힘을 키우는 중이다. 더 높은 절벽을 뛸 수 있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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